머리부터 발끝까지 노란색 보호복을 입은 이들. 어디 한 군데 샐 틈 없이 무장한 이들이 엑스(X) 표시가 된 지역에서 무방비인 한 아이를 낚아채듯 데려가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프리랜서 사진기자 다니엘 베리휴랙이 찍은 '에볼라 위기'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사진 한 장이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옆에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이 의심되는 아이가 보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에게 옮겨지는 장면이라고 설명돼 있다.

사진기자는 아이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전 아이 아버지 모습도 설명했다. "마지막 순간에 위로하며 안아줄 수도 없는 아이를 보살피려고 애쓰는 아버지를 지켜봤다"고 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또렷이 보여주는 사진 한 장. 차마 마주하기 어렵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올해 2차 전시로 보도사진을 보여주는 '퓰리처상 사진전'을 기획했다. 퓰리처상은 저명한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 만들어져 언론·문학·음악 등 3개 분야에 걸쳐 시상을 해왔다. 보도사진 부문은 1942년 시작돼 세계적 권위의 보도사진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42년 보도사진 부문이 시작된 이후 역대 퓰리처상 수상 사진을 연도별로 소개한다. 사진마다 해당 장면을 포착한 사진기자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설명이 적혀있다. 237점이 전시되고, 퓰리처상 사진과 관련한 다큐멘터리와 수상자 인터뷰도 접할 수 있다. 올해 4월 발표된 2015년 수상작품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볼 수 있다. 한국전쟁 특별전도 따로 마련됐다.

1940년부터 현재 모습까지 이어지는 사진 대다수는 바로 마주하기 어려운 끔찍한 전쟁과 비극의 현장 등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사진도 생생한 사건, 사고 사진 사이 사이에 배치돼 호흡을 가다듬게 한다.

도립미술관은 '퓰리처상 사진전'과 더불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끼리, 주름 펼치다' 전시와 국내외 활동 중인 젊은 비디오아트 작가를 소개하는 '싱글채널 비디오' 전도 준비했다.

'코끼리, 주름 펼치다'전은 시각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에서 만든 관람객 참여형 전시다. 코끼리를 주제로 엄정순 작가와 시각장애인이 작품을 만들어 전시했다.

엄 작가는 '코끼리 걷는다'라는 제목으로 604년 전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코끼리가 겪었던 슬픔을 작품에서 표현했다. 코끼리는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온 이방인을 대표한다는 것. 시각장애인과 함께 작업한 '장님 코끼리 만지기' 프로그램 결과물 전시도 인상적이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이를 표현한 작품들이다.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학생들은 오감으로 코끼리를 보고서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전시장 사이에 있는 로비홀에는 어린이 등 관람객이 색연필로 코끼리를 직접 그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그림을 그린 후 '두근두근 미술관' 앱을 설치해서 '두근두근 미술관' 액자 앞으로 가면 자신의 작품이 액자 속에 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싱글채널 비디오전'은 하나의 화면에 실험적 영상을 진지하게 다루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상영된다. 박봉수, 유대영, 전소정, 백정기, 강소영, 서평주 작가의 작품을 차례로 한 달가량씩 볼 수 있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8월 26일까지 1, 2층 1, 2, 3전시실과 특별전시실에서, '코끼리, 주름 펼치다'전은 8월 9일까지 4, 5전시실과 3층 로비홀에서, '싱글채널 비디오'전은 12월 9일까지 1층 영상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